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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세상이 내게. 내가 세상에게/책과 나누는 이야기 2019. 6. 9. 22:46

    1.

    나이가 서른을 넘어서니 결혼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학창 시절 듣던 것만큼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다만, 결혼 준비하다가 헤어졌다더라, 혼인 신고는 결혼식을 한 몇 달 뒤에 한다더라 등등 카더라 통신이 많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더라도 같이 사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보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혼자 살았다. 어릴 적엔 부모님과 지냈다. 고등학생과 재수생 시절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도무지.. 같이 산다는 것을 모르겠다. 아마도 단 둘이 지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이 책은 다 큰 여자 둘이 같이 사는 이야기다. 둘이 살면 어떻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둘이 사는 모습은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와... 정말 둘이 살면 많이 싸우겠다. 하지만 그만큼 추억이 많겠다.'

    결혼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자주 싸웠을 것 같다.

    사소한 습관 하나가 크게 다른 습관보다 더 큰 싸움을 만들 것 같다. 이런 것도 이해 못 해주냐며..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도 많을 거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서로가 정말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부딪히면 서로가 싫어질 수가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같이 살기 좋은 사람이 있으려나 의문이 들었다.

     

    2.

    "잘 산다는 건 곧 잘 싸우는 것이다. 타인과의 입장 차이와 갈등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 요소인 이상 그렇다."

    한 명은 싸움을 회피하던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싸움에 맞서던 사람이다. 저 글귀는 회피하던 황선우 작가가 적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을 상상하면, 다툼을 잘 푸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다툴 수밖에 없다면, 그걸 풀 줄 알아야 같이 살지 않겠는가.

    물론 생활 습관, 가치관, 취향 등등 맞춰보아야 할 건 많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같이 살기 좋은 사람일까?

    외동으로 자라서 그런지, 자존심이 강하고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저 말에 틀린 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누가 괜찮은 사람인지 묻는다면 쉬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최대한 노력을 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안건에 대한 이견은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한다. 쉽지 않지만, 계속하다 보면 바뀔 것이라 기대하면서.

     

    3.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결혼을 해야지만 가족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둘이 사는 모습을 보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같이 산다는 건 한 가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 살다 보면, 서로를 아끼게 되고 배려하게 된다.

    이런 게 가족이 아니고 무엇일까.

     

    한편 쓸쓸한 내용도 나온다.

    사위가 아니라서, 며느리가 아니라서 행동이 의무가 아니라 호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며느리가 선물을 하면 응당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동거하는 친구가 선물을 하니 호의로 받아들여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은 가족이라는 명분 하에 호의를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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