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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전지현세상이 내게. 내가 세상에게/책과 나누는 이야기 2020. 5. 24. 00:11
1.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정신질환 평생유병율은 25.4%이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의미다. 그 만큼 정신질환은 한국 사회에서 흔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다리골절, 대장암 등은 살다보면 겪을 수 있는 질환으로 보지만, 정신질환은 '어딘가 처음부터 잘못되어 생기는' 질환 취급을 한다. 한 마디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렇기에 당사자가 본인을 '사회악'이 된 것처럼 느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이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펴 냈다. 주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보는 시선이 전과 달라질 수도 있을텐데 큰 용기를 냈다. 아마도 본인의 이야기가 주변에 드러내지 못 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2.
모바일 리디북스로 126 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래서 책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더라도 용기내어 읽어볼 수 있다. 어쩌면 저자가 해주고 싶은 말은 더 많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래서 책 분량을 적게 편집한 것일 수도 있겠다.
저자의 느낌을, 저자가 대처했던 방법을 감정을 섞어 이야기하다 보니, 정신질환을 겪지 않은 사람들도 좀더 공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겪은 여러 의사별로 나누어 놓은 것이 재미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에필로그 내용이 좋다. 앞에 내용을 마무리 하고,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래서 바쁘다면, 책 읽기가 망설여진다면 에필로그를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3.
책을 읽다 보니 고등학생 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기숙사 사감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혹시나 시험에 영향을 줄까 염려하신 부모님이 나를 정신과에 데려가신 것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너무 별거 아닌 것에 병원을 찾아가 돈을 쓴 것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하면 당당해라 말하고 싶었다. 정신질환은 의도하지 않은 화학 작용에 따른 결과이고, 다른 질환처럼 치유해야 할 대상이며, 오히려 증상을 무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오면 꼭 읽겠다 표시해 놓는다. 나 대신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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